<지역사회 재난대응 역량강화 프로그램, 첫째날 후기>

'강릉은 어떻게 됐을까. 피해 복구는 좀 이루어졌을까? '

오늘 아침 재난대응 교육을 받기 위해 가는 길,
가장 먼저 떠오른 건 5월에 있었던 강릉의 산불사고였다.
강릉, 삼척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사고로 산림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도 있었다.

산불이 발생한 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어떻게, 어디로, 언제'의 질문을 안고 불안에 떠는
강릉 시민들의 트윗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했다.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강릉도 똑같았다.
정말 심각한데 뉴스에 안나와서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더 불안에 떨어야
했던 사람들. 그 날 나도 함께 불안에 떨고, 함께 화를 내며 밤을 보냈더랬다.
작년 9월이 떠올라서.

대체 이 나라는 어떤 재난에도 대책이라는 게 없다.

아이쿱생협과 국제구호협력기구 '더 프라미스'와 국제재난심리지원단 '이지스'가 함께 지역사회 재난 대응 인력 양성 교육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무조건 해야 된다' 고 마음 먹었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알려주지 않으면 우리가 해야지.
우리, 이미 익숙해졌잖아. 각자도생에.
때마침 파업이다. 이것은 빼박캔트 신청각인 부분.

3일간 이어질 프로그램의 첫날인 오늘은 장다울 강사님의 '원전 사고에 대비한 행동요령'과
박응식, 오대남 선생님의 커뮤니티 맵핑 수업이 있었다.

장다울 강사님의 교육 중에 끄적끄적 메모했던 내용들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오늘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어쩌면 장다울 강사님의 강연 전에 내가 궁금해 하고 기대했던 건 '요오드를 어디서 사는지/
몇알을 먹으면 되는지/ 방진복이 효과는 있는지/ 집에 있어야 좋은지 나가야 좋은지/ 마스크는 어느 제품이 좋은 지' 같은 믿고 매달릴 수 있는 처방전- 그러니까 레알 생존 행동 "요령"이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들려주신 '생존 행동 요령'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지만 그 어느것보다도 우리의 안전과 생존에 효과적일 거라고 확신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우리가, 시민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
지자체의 방재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안전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문의하고, 요구하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싸워야 바뀐다.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 동네 사정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교육을 받으러 온 여러분들아- 더 열심히 시민 활동을 하시라. 나는 오늘 장다울 강사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이해했다.

커뮤니티 맵핑 시간에는 안전맵핑이라는 어플을 이용해 재난에 대비한 정보들을 축적하고
재난 발생시 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 어플에 대해 듣자마자 정말 유용한 어플이고, 경주가 꼭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강릉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불이 어디까지 번졌는지, 대피를 해야 하는 지, 대피를 하면 어디로 해야 하는 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중에 누군가 시민 단톡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몇 시민들이 발로 뛰며 산불 상황을 알렸고, 대피 권유를 하며, 안전한 공간들을 공유했다고 한다. 커뮤니티 맵핑과 같은 기능을 단톡방이 했던 거다. 안전맵핑을 이용하면 도시 재난 상황에 상당히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오늘 교육을 받으며 내내 든 생각은- 신랑도 데리고 올걸, 거기 왜 가냐고 물었던 촬영감독님 손도 잡고 올 걸, 아는 사람 한명이라도 더 추천할 걸 하는 거였다.
더 많은 목소리를 가질 수록 우리는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게 될 테니까.